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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ube세대가 북한을 이해하는 방법
글쓴이 한반도평화경제포럼 작성일 22-08-0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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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현(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원/연세대학교 정치학과 박사과정)


세대를 나누는 기준은 다양하다. 먼저, 1970년도에 태어나서 1990년대에 20대를 보낸 사람들을 ‘X세대‘, 60년대생, 80년대 학번을 ‘386세대’라고 부르는 등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나누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사건을 기준으로도 나눌 수 있다. 2002년 월드컵을 경험한 세대와 그렇지 못한 세대, 스마트폰 보급 이후 태어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처럼 사건을 기준으로 세대를 나누는 경우 나이와 상관없이 동일한 경험을 공유하는지가 세대 구분의 기준이 된다. 그렇다면 최근 언론과 학계에서 많이 언급하는 ‘MZ세대(80~90년대 출생자)’는 사회적 사건으로는 어떤 세대로 볼 수 있을까. 유튜브에 최초로 동영상이 업로드된 해는 2005년, 그리고 우리나라에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2008년이다.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를 가장 먼저 소비하고, 생산하는 것이 10대 후반~20대 초반 청년들이라고 볼 때, MZ세대는 유튜브 콘텐츠를 처음 만들고 소비한 ‘유튜브 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MZ세대, 유튜브세대를 남북관계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1991년 남북한이 UN에 동시 가입한 이후에 공교육을 받은 MZ세대의 기억 속 남북관계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시작된다. 이들은 무의식 속에 민족국가 개념을 벗어난 세계화의 관념 속에서 남북관계를 인식하였으며, ‘반공교육’이 아닌 ‘통일교육’을 받은 ‘통일교육세대’다. ‘유튜브세대’ 혹은 ‘통일교육세대’는 대북관계에서 체제경쟁보다도 화해와 협력에 대한 인식을 먼저 형성한 세대다. 또한, 그들은 북한에 대한 정보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다각적으로 흡수한 세대다. 1980년대까지 북한에 대한 정보는 북한에서 발행하여 국내에 불법반입된 정치관련 서적들이나, 국내에서 발행한 반공선전자료들이 대부분이었다. 두 가지 자료의 공통점은 그 배경에 체제경쟁적인 시각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 그리고 개인이 자유롭게 취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MZ세대들은 북한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정부를 거치지 않고 스스로 취득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중심에는 유튜브가 있다. 


최근 북한의 한 어린이가 등장한 유튜브 콘텐츠가 국내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해당 콘텐츠는 권력이 없는 개인이 ‘크리에이터’로서 정보를 발신할 수 있다는 유튜브의 본질적인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유튜브 세대’의 대북인식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다양한 유튜브 컨텐츠 중 ‘개인 크리에이터’가 중심이 되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유튜브 채널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남북교류가 막힌 현 상황에서 해당 채널들은 북한에 대한 가장 솔직하고, 현실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북한이탈주민들의 유튜브 채널은 전수를 파악할 수 없지만, 유명한 유튜버들만 꼽아보아도 십 여명을 훌쩍 넘는다. 그 중에는 1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가진 채널도 있고, 그들이 제작에 참여한 콘텐츠 중에는 조회수가 100만회를 넘어가는 영상들도 많다. 이들이 제공하는 콘텐츠는 크게 ‘탈북 경험’과 ‘남북한 비교’ 두 가지이다. ‘탈북 경험’ 콘텐츠에서는 자신과 주변인들의 탈북 결심 계기와 과정들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보편적으로 북한이탈주민들의 탈북 계기는 ‘경제적으로 살기 힘들어서’ 혹은 ‘정치적으로 탄압을 받아서’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위에 언급한 두 가지가 큰 요인으로 작용하나, 유튜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각각의 서로 다른 사정과 이유, 그리고 경험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북한이탈주민 유튜버들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이다. 일상생활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고, 그들에게 탈북 과정을 물어보는 것을 실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럴수록 북한이탈주민들의 삶에 대한 편견은 커질 뿐이다. 북한에서 출신 지역, 경제적 사정, 사회적 지위 등이 모두 달랐던 유튜버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을 들으면서 북한이탈주민의 삶 역시 하나로 정의할 수 없으며, 북한 사회 역시 우리가 기존에 바라보고있던 하나의 시각으로만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북한 비교’ 콘텐츠는 북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유튜브의 특성상 일부 자극적인 콘텐츠들도 존재하나, 대부분 남북한 비교는 개인이 경험한 ‘의식주’ 생활 속에서의 차이를 논하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이다. 북한에서 남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북한 사람들의 실제 삶은 어떠한지를 비교하면서 향후 남북이 교류할 때 유의해야할 점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은 북한 콘텐츠 혹은 북한을 다룬 우리나라 콘텐츠에 대한 리뷰를 진행하기도 한다. 북한을 소재로 한 많은 영화와 드라마들이 실제와 얼마나 동일한지, 문학적 상상력이 얼마만큼 가미되어 있는지, 북한이 만든 콘텐츠가 얼마나 현실과 동일한지, 어떠한 정치적 의도를 담고있는지 등을 해설하는 콘텐츠를 통해 북한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는다. 과거 우리가 접하는 북한 관련 콘텐츠들의 배경에는 ‘정부’라는 매개체가 반드시 포함되었다. 개인은 남북한 정부 각각의 의도가 담긴 편중된 콘텐츠를 소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북한이탈주민 유튜버들을 매개로 ‘북한사회‘와 ‘개인’의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북한에 대한 인식을 스스로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연령의 북한이탈주민들이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으나, 유튜브가 MZ세대에 더욱 익숙한 만큼 북한이탈주민 유튜버 역시 MZ세대들이 많이 있다. 그들은 비록 출생지는 다르지만, 2022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한국의 MZ세대이다. 그들은 북한 사회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주지만, 이는 북한을 찬양하기 위해서 혹은 비판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그냥 자신들이 잘 알고 있는 지역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즉, 자신이 남들보다 더 잘 알고 있는 분야를 소개하는 여느 유튜버들과 다르지 않다. 이를 소비하는 MZ세대들 역시 북한의 이야기를 정치적 편견 없이 하나의 사례로, 흥밋거리로 소비한다. 이들은 북한의 문화를 여러 문화 콘텐츠들 중 하나로 인식한다. 따라서 북한의 음식에 대해서는 호기심을 갖고 관심을 보이지만, 북한 사회의 병폐들은 해학적으로 소비하며 비판한다. 또한 이들은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로 서로의 니즈에 맞춰 콘텐츠를 제작한다. 따라서 북한이탈주민 유튜버들은 초기에는 북한에 대한 소재로 콘텐츠를 만들었다면, 점차 그 범위를 확장하면서 개인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들도 올리고, 이를 통해 유튜버로서의 정체성을 확장시켜나가기도 한다. 


북한과의 교류가 전무한 현재, 북한이탈주민 유튜버들의 성장은 남한 사회 내에서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북한에 이해를 증진시키는 중요한 매개가 되고 있다. 또한, 쌍방향 의사소통을 통해 형성된 북한에 대한 인식은 우호적 남북관계 형성을 위한 인식적 기반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물론 유튜브에도 한계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조회수를 높이기 위하여 자극적인 콘텐츠를 다루기도 하고, 개인의 취향에 맞게 동영상을 계속 추천해주는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인하여 개인이 편향된 정보를 습득하기에 용이한 환경을 조성한다. 과거에 비해 콘텐츠의 양은 늘어났으나, 그 중 자신들이 취하고 싶은 일부의 콘텐츠만 소비하고, 자신들과 동일한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만 소통하는 것이 더욱 용이해진 것이다. 유튜브를 통한 편향된 인식 형성을 방지하기 위한 힘은 개인의 판단력이다. 그리고 개인의 판단력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힘은 경험이다. 현재 북한에 대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유튜브이기 때문에 유튜브가 MZ세대의 대북인식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타인의 경험을 간접경험으로 습득하는 이상 대북인식은 사실의 진위에 관계없이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될 수 밖에 없다. 향후 MZ세대가 북한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유튜브에서의 이야기로만 북한을 아는 것이 아닌 진정한 북한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