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오마이뉴스] 22.10.25 "종교·스포츠 등 일상 속 적대감... 분단은 괜찮지 않습니다" | 작성일 | 2022-10-26 14:17 |
글쓴이 | 한반도평화경제포럼 | 조회수 | 2,5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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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스포츠 등 일상 속 적대감... 분단은 괜찮지 않습니다
[분단 괜찮지 않습니다①] 분단이 남긴 군사주의 용어들의 비민주성, 생각해봤나요
한반도 분단이 남긴 유산 중 하나는 적대감이다. 분단은 적대감을 유지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고 권력자들은 이를 손쉽게 악용했다. 1960년대 군부 독재정권은 들어서자마자 반공을 내걸었고, 정부 비판 세력을 제거했다.
이런 엄격한 피아의 구분은 곧 상당수 시민들의 목숨 문제로 연결됐고 더 많은 이들의 밥줄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작용했다. 서로가 감시하고, 서로의 정체성과 사상을 의심하게 되면서 민주주의의 전제조건인 연대는 '협잡'이나 '불순한 외부세력의 개입'정도로 폄하됐다.
북한이라는 외부의 적은 사실 내부에도 존재하고 있는 듯하다. 몇 년 전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라고 지칭해오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경제사회노동위원장에 임명됐고, 지난 10월 13일 다시 문 전 대통령에게 '김일성주의자'라고 했다.
극우 유튜브 시청자들 사이에선 '주체사상'이란 말을 이해하지 못해 '김일성주의'라는 말을 쓴다고 알려졌는데, 2022년에 대체 왜 전직 대통령을 주체사상 추종자라고 비난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는 분단의 유산일 수밖에 없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윤건영이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수령님께 충성한다는 생각에 변함없나'라는 질의에 "그런 점도 있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던 것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배타적 비민주성의 분단문화 공유한 종교 문화
우연인지, 독재정권 기간 급성장해서 1000만 인구를 자랑하는 한국 개신교는 그 특유의 배타성과 비민주성을 공유하고 있다. 사회와 격리된 채 사회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폐쇄성은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 더 많은 성도, 더 많은 헌금을 모으고 신앙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통상 교회에서는 자주 행사를 여는데 '총동원 전도 주일', '새벽기도 총진군' 등 군사 용어가 난무한다.
교회 내에서 성도들은 주의 '종'이다. 땅끝까지 주님의 믿음을 전파하며 종교가 다른 자들과 맞서 싸우는 '복음의 전사'들이기도 하다. 교인이 아니면 마귀로 규정하고, 이들을 전도하기 위해 상대방의 의사보다는 자신의 진리를 강요하는 식의 설교는 교회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다가 받는 홀대를 하늘이 준 핍박이라고 생각하고 목숨도 불사르자는 내용의 설교는, 과거 종교 근본주의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군대식 수직적 계급질서와 군부대 편성 혹은 예비군 조직도와 같은 교회 내 조직구성만 닮은 게 아닌 셈이다. 조직과 문화 전반이 닮았고, 적과 동지의 이분법이 지배하며, 타협과 토론보다는 대적이 어울린다. '군기' 잡는 문화가 학교와 회사에도 없진 않지만, 교회는 대중이 의식하지 않는 사이 군사문화를 가장 확산하며 유지하는 근거지라는 생각이 든다. '신은 여성의 얼굴을 하지 않고 있다'는, 오히려 신이 심판과 응징이라는 차가운 이미지를 띄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의 비민주성 또한 보여준다.
이러한 교계의 분위기는 성소수자에 대한 비난으로도 이어진다. 차별금지법을 '동성애촉진법', '동성애법'이라고 곡해하며 '동성 성행위', '성전환 조장' 등 비과학적이고 왜곡된 용어를 통해 가치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소수자들을 혐오한다. 타 종교 중에서도 이슬람에 대한 맹목적인 혐오는 인종차별로도 이어지고 있다. 묘하게 한국 기독교는 반공과 군부독재에 뿌리를 둔 정당의 지지기반으로서 특유의 반민주적인 군사문화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스포츠에도 있는 분단문화... 스포츠는 전쟁이 아니다
군대식 문화는 스포츠 분야에도 스며들어 있다. 정기적으로 터지는 체육계 폭력 사태만을 뜻하는 건 아니다. 역시 독재정권의 잔재인데,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은근히 요구하는 분위기가 있다. 축구 대표팀은 태극 '전사'여야 하고, 언론보도에도 종목을 불문하고 국가대표들은 타 국가와 맞서 싸워 이긴 '전사', '여전사', '영웅'이란 말로 수식돼 나타난다. 성차별적 표현이란 비판도 받는 '여제'는, '전쟁에서 이긴 황제'란 뜻이다.
물론 현대 스포츠는 국가 전쟁의 대리전 성격이 있다. 국가 간 경쟁은 실제 전쟁이 아니라, 과거 전쟁을 이제 스포츠 분야에서 해소하며 평화를 유지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스포츠는 전쟁이 아니다. 선수들은 각자의 성적을 위해 노력했을 뿐이고 대표팀이 됐다고 해서 전 국민에게 복무해야 하는 국가주의의 희생양이 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들은 그들의 자유를 위해 경기할 수 있어야 하고, 여론의 평가야 불가피하겠지만 그들에 과도하게 책임을 묻는 건 성숙한 사회의 모습일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외국인 선수를 '용병'이라고 부르는 것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공식 용어는 '외국인 선수'이지만 대부분 '용병'으로 부른다. 용병은 군대에서 월급을 주고 고용한 병사를 말하는데 보통 팀에 대한 의리나 소속감이 아니라 연봉에 따라 쉽게 팀을 옮긴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사실 모든 선수들이 자신의 연봉을 중요한 요인으로 생각할 텐데, 외국인 선수에게만 이를 적용하는 꼴이다. 의도치 않은 외국인 차별이면서 불필요한 군사용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군사주의와 국가중심주의는 흔히 쓰는 일상 용어에 스며들어있다. 이러한 적대와 배제는 근 80년 가까이 이어진 남북의 분단 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시대착오적 용어는 순화해야 하지만, 단어만 바꾼다고 비민주적인 사고방식까지 당장 변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럼에도 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란 점에서 이러한 표현들은 괜찮지 않다.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들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차별과 혐오의 구조와 문화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상 언어에 대한 성찰이 계속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 남북의 강대강 대치와 발언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남북의 교류협력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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