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오마이뉴스] 21.08.10 "영화 찍었으니 다음엔 드라마? 남북 더 편해졌으면" | 작성일 | 2021-08-11 10:31 |
글쓴이 | 한반도평화경제포럼 | 조회수 | 4,9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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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찍었으니 다음엔 드라마? 남북 더 편해졌으면"
[인터뷰] 영화 '광대: 소리꾼'으로 남북 합작 꿈꾸는 조정래 감독을 만나다
2016년 초 개봉한 영화 <귀향>은 1943년 위안부로 끌려간 강일출님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암울한 일제강점기 시대, 한국 근현대사에 가장 큰 상처 중 하나인 위안부 이야기를 두고 영화 귀향은 아픔을 함께 공유하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치유하고자 노력했다.
영화 귀향을 찍었던 조정래 감독이 이번엔 <광대: 소리꾼> 감독판을 통해 남북합작을 다뤘다. 일제강점기 위안부 이야기에 이어 분단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조정래 감독을 (사)한반도평화경제포럼 측이 지난 2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옳소꾼은 참여시켜 보겠다"는 북측 말에... '옳소꾼이 뭔가요?'
- 영화 '광대: 소리꾼'이 9월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남북합작'이 아닐까 싶은데, 남북합작은 처음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습니까?
"2018년 11월, 한반도평화경제포럼 김일용 대표 기획으로 평양을 방북했습니다. 당시 영화 시나리오와 배우 섭외는 이미 완료한 상황이었고 영화 스토리 전개상 북측을 촬영해야 했습니다. 당시 북측에서는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분들이 나오셨습니다.
제가 영화 제작 이야기를 하니까 처음엔 '소관부서가 아니다. 우리는 경제쪽이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영화가 곧 경제'라며 열심히 설득했고 다음 날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관계자분들을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가 급진전 되었습니다. 이후 중국 북경에서 남북합작 영화 제작을 위한 별도의 회담이 진행되었습니다."
- 북경에서 북측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습니까?
"영화 제작을 위한 구체적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상호 원하는 바를 논의하며 협의서 작성을 하기로 했는데 그 과정이 무척 치열했습니다. 저희는 북에 들어가서 촬영도 원했고, 배우 출연도 원했고, 북의 음악이나 관계자 참여 등 폭넓은 제안을 했습니다. 북측 관계자분들 반응 역시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다만 배우 출연에 대해 북측은 많은 부담을 표시했습니다. 제가 지속해서 북한 배우 참여를 강조하자, 북측 관계자 측은 '우리에게 영화는 사상이란 말이요. 주·조연 참여는 어렵고 옳소꾼 참여를 검토해 보겠습니다'라는 응답을 해 받아왔습니다."
- 옳소꾼이 무슨뜻 입니까?
"'옳소!' 할 때 '옳소' 즉 엑스트라입니다. 주·조연급 북한 배우는 참여가 무산되어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엑스트라에게 한두 마디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습니다. 또 북에서도 대규모 사극을 찍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세트장, 의상, 대사 활용도 기대 되었습니다. "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그 여파로 북한 배우 참여가 무산됐다
▲ 조정래 영화감독 영화 광대: 소리꾼 조정래 감독
- 실제 영화에 북한 풍경이 많이 들어가 있다고 하는데, 북한에 가본 경험이 없다보니 어디가 북한인지 알기가 어려웠습니다. 실제 만나보니 어떻습니까?
"영화상 북한의 풍경이 많은데 실제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부분이 저한테는 좋은 부분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남북이 실제 거리는 가깝고, 교류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지만, 심리적 거리는 여전히 멀기만 합니다. 제가 평양을 가고, 개성을 가본 경험이 있습니다.
북한이 사상, 정치, 군사적 적대 등으로 인해 어려운 관계이긴 하지만, 결국 같은 한국말을 쓰는 동포들입니다. 우리처럼 술 좋아하고, 춤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흥도 정도 많은 민족이라는걸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북한분들이 굉장히 딱딱할 것 같았는데 술 한잔 기울이며 서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자 '아, 같은 민족이 맞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결국 북한 배우 참여는 무산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측 관계자 및 배우 참여는 못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배우·스텝들이 북에 들어가서 일주일 촬영하는 것까지 동의가 다 되어 있었기에 저희는 연락을 지속하며 촬영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작정 북한에 들어가서 찍을 수 있는 노릇도 아니다 보니 결국 영화 귀향 때 함께하던 재일동포 감독님을 섭외해 북쪽에 들어가서 촬영을 했습니다. 북한 전역의 풍경을 4K영상에 담아 3주에 걸쳐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 들어보니 남북합작에 장애물이 무척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어려운 남북합작에 집중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영화 '광대: 소리꾼'은 잃어버린 아내를 찾아 조선팔도를 찾는 로드무비입니다, 그러다 보니 북에 가서 촬영하는 게 당연했습니다. 저는 '조선팔도를 다니는 사극이니까 조선팔도를 다녀야 한다'는 이야기를 무한 반복하며 사람들을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남북합작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은 '정치적·의도적인 것' 등을 많이 물어보았습니다. 2019년 촬영된 북한 영상이 영화 스크린에 걸리는 건 제가 알기로는 사실상 최초입니다.
저는 관객들이 북측 풍경을 영화를 통해 보면서 '우리나라 정말 예쁘다'고 하는 말이 듣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코로나19와 남북교류 중단, 개성관광이나 금강산관광도 없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강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늘 생각했습니다. 간접적이고 100%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이번 영화에 북한 풍광미가 영화 곳곳에 들어가 있으니 많이 보러 오시면 좋겠습니다."
"심청전 모티브로 해 북측도 공감한 '판소리'... 한국 전통음악만의 아름다운 요소"
▲ 영화 광대: 소리꾼 영화 광대: 소리꾼 포스터
- 영화에 판소리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북측 반응은 어땠습니까?
"북측 관계자분들도 판소리 부분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광대: 소리꾼'이 심청전, 춘향전을 모티브로 하기 때문에 권선징악적 부분, 반봉건적 부분에 대해 북한에서 굉장히 동의했습니다. 북한 사극에서도 많이 다룬 주제다 보니 이 영화를 만드는데 걸림돌이 없었습니다. 특히 판소리가 중심이긴 하지만 북한민요, 경기민요, 정가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포함 시켰습니다. 그래서 '광대: 소리꾼'은 판소리 영화라기보다는 '민족음악의 영화'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시나리오가 심청전·춘향전 판소리와 관계가 깊습니다.
"어떤 관객분들은 '광대:소리꾼'을 보면서 '심청전, 춘향가의 프리퀄이다'라고 하십니다. 제가 92학번인데 93년도에 임권택 감독님의 서편제 영화가 나왔습니다. 서편제 영화를 보고 너무 좋아서 우리 전통 소리(판소리)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무형문화재 고법 이수자로 활동하는 국악인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함께 참여한다는 점, 음악이라고 하지 않고 소리라고 표현하며 자연 만물의 소리를 자연스럽게 담아낸다는 점 등이 우리 전통음악이 지닌 가장 아름다운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북측 관계자 분들도 이 점에서 무척 공감했습니다. 무엇보다 심청전, 춘향가는 한민족이라면 모르시는 분들이 없습니다. 근데 과연 판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민족음악의 프로토타입은 어땠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판소리는 결국 가장 어렵고 힘든 민중 속에서 피어난 문화입니다. 이 점에 착안해 대학교 때 기본 시나리오를 만들었고, 오랜 기간 숙성을 통해 '광대: 소리꾼'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 남북이 교류하고 문화를 공유하는 것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전세계가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입니다. 이처럼 어려운 팬데믹 속에서도 남북이 협력해서 함께 이룰 수 있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 분단국가에 사는 우리의 숙명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처럼 분단된 상황에서 서로 총칼을 겨누고 대치하는 것이 아니라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종전선언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또 남북이 평화적 의지를 다지면서 국제사회에서 북이 전향적으로 나올 수 있게, 민간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들 역시 많다고 생각합니다. 꼭 '통일을 해야한다'는 이야기보다는 남북이 문화적으로 교류하고, 영화나 드라마도 같이 찍고, 협력하여 코로나19도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남북이 다시 한 번 만나서 함께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귀향에 이어 광대: 소리꾼까지 영화마다 포인트가 있습니다. 차기작이 궁금한데 어떤 작품을 생각하고 계십니까?
"차기작으로는 일제강점기 시대 조선인 강제 노동자들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홋카이도에서 돌아가신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 분들의 삶을 조명하는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영화를 꼭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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