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오마이뉴스] 21.08.21 "한국에 처음 온 피카소 작품엔 '한국 이야기'가 담겼다" | 작성일 | 2021-08-23 09:48 |
글쓴이 | 한반도평화경제포럼 | 조회수 | 4,9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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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처음 온 피카소 작품엔 '한국 이야기'가 담겼다
[인터뷰] <한국에서의 학살> 전시 이야기 강미연·김일용
현대미술의 거장이자 20세기 입체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파블로 피카소. 누구나 한 번쯤 이름은 들어봤을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중 '한국'을 배경으로, 심지어 제목에 '한국'이 들어간 유일한 작품이 있다. 그러나 그 그림은 지난 70여 년간 이념 논쟁으로 단 한 차례도 한국을 방문하지 못했다. 그 작품이 바로 <한국에서의 학살>이다.
실제 피카소는 공산당 활동을 했었고, 냉전이 극심했던 1950, 1960년대 좌파 예술인으로 서구진영에서의 예술 활동에 많은 제재를 받기도 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1960년대 '피카소'라는 상품명을 넣은 크레파스가 반공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그런 피카소의 작품이 한국에 들어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은 8월 29일까지 열린다. 약 110점의 피카소 작품 가운데 7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단 한 번도 선보이지 못했던 <한국에서의 학살>도 전시돼 있다. 피카소의 여러 작품과 한국에서의 학살을 전시하기까지의 이야기를 강미연 비채아트뮤지엄 이사와 (사)한반도평화경제포럼 김일용 상임이사를 통해 들어봤다.
한국에서 최초로 선보인 <한국에서의 학살>
▲ 한국에서의 학살 피카소의 작품 중 유일하게 한국을 배경으로 그린 "한국에서의 학살" (1951)
강미연 : "지난해가 한국전쟁 70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전쟁의 참상과 아픔을 기억하기 위해 (사)한반도평화경제포럼에서는 여러 논의를 진행했었습니다. 그 가운데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이라는 작품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대미술의 거장인 피카소의 작품 중 한국을 배경으로 그린 유일한 작품이 지난 70여 년간 이념 논쟁으로 단 한 차례도 한국에 못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전쟁 70주년의 의미를 되살리고 사회적 이슈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대관의 어려움 등으로 한 해 넘겼고 여러 노력 끝에 올해가 되어서야 피카소 전시회를 열 수 있었습니다."
김일용 : "<한국에서의 학살>이 비행기로 한국에 와서 내릴 때,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혼자 작품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감정이입이 되면서 울컥했습니다. <한국에서의 학살>이 한국에 오기까지 과정이 순탄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을 한국에 들여오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는데 이념적 이유 등으로 한국에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또 <한국에서의 학살> 작품을 보면 병사들이 총을 겨누고 있는 상대가 여성과 아이들입니다. 체념한 듯한 여성,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발랄하기만 아이, 두려움으로 엄마 품에 꼭 안긴 아이 등을 보며 피카소는 전쟁이 주는 비인간성을 폭로하려고 했고 그 무대가 한국이었기에 오는 감동이 남달랐습니다."
강미연 : "피카소 전시회에 별도로 마련된 <한국에서의 학살> 작품방은 왠지 숙연하고 겸연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물론 전시 조명과 구도 등을 그런 의도로 설치했지만, 작품을 보는 관객들의 눈빛이 많이 다른 점을 느낍니다.
특히 젊은 청년세대가 피카소 전시회를 많이 찾고 있습니다. 요즘 청년들에게 한국전쟁은 낯선 이슈이고 잘 모르는 부분도 많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한국전쟁의 비극과 평화에 대한 의미를 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김일용 : "<한국에서의 학살> 작품이 한국에 오기까지 많은 논란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사업을 추진해주신 전수미 관장님, 작품을 모으는 데 힘써준 서순주 박사님,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사)한반도평화경제포럼 이사장님이시자 뉴라이프그룹 회장이신 안봉락 이사장님의 도움이 무척 컸습니다."
"왜 빨갱이 작품을 전시하냐?"... 항의 방문·전화도
▲ [피카소 전시회] "한국에서의 학살" 인터뷰 비채아트뮤지엄 강미연 이사(왼쪽), (사)한반도평화경제포럼 김일용 상임이사(오른쪽)가 지난 9일 [피카소 전시회] "한국에서의 학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강미연 : "제가 초반에 피카소 전시회 실무 준비를 하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사무실로 노신사분이 찾아오셔서 '피카소 같은 빨갱이 전시회를 왜 한국에서 하냐!'라고 항의하는 일이 있었어요. 전화로도 비슷한 항의가 역시 있었습니다. 여전히 예술 작품마저 사상적으로 해석하는 분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이념 논쟁이 아직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체감했습니다."
김일용 : "<한국에서의 학살>은 미국에서는 '미군이 민간인을 학살한 그림이다'라는 이유로 비판을 받은 반면, 소련에서는 오히려 '저 군인들이 미군인지 구별이 안 된다. 적나라하게 미국임을 표시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비판받았습니다. 좌우 양쪽 진영 모두 피카소를 비판한 셈입니다.
피카소는 작품이 배경이 한국이라고 제목을 통해서만 알 수 있게 하고 구체적으로 한국 어디인지, 군인이 미군인지 소련군인지 일부로 명시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세간에서 보는 이념적 시각과 다르게 피카소는 그저 전쟁의 잔혹함, 전쟁을 통해서 겪게 되는 슬픔 그대로를 '한국에서의 학살'에 담은 겁니다."
강미연 : "실제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피카소가 작품을 통해 전하려고 했던 반전과 평화에 대한 메시지보다 이념 논쟁으로 전시회 목적이 묻히지 않을까 우려했습니다. 심지어 내부적으로는 <한국에서의 학살>은 특별히 안전요원도 두고 보안장치도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소수의 이념 논쟁을 넘어 다수의 시민 의식에 기대어 다른 그림과 똑같이 시민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김일용 : "한국전쟁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슬픔과 비극을 7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빨갱이' 이야기로 귀결되는데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우리 미래세대에는 그런 이념적 논란을 극복하고 넘어서는 데 이번 전시회가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가장 비싼 작품은 약 800억... 총 2조원에 이르는 작품 만날 기회
▲ 기타와 베스 파블로 피카소 "기타와 베스"
강미연 : "피카소의 작품 중 가장 비싼 작품이 <한국에서의 학살>이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번 전시회 작품 중 보험평가액이 800억 원에 이르는 <기타와 베스병> 작품이 제일 비쌉니다. 이 작품이 가장 비싼 이유는 피카소 하면 입체주의의 대가라고 하는데 그림인 듯하면서 그림은 아니고, 회화와 조각이 녹여진 대표적인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전시장에 들어가면 입구 근처에서 바로 만나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김일용 : "사람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인 방은 '피카소의 여인들' 방입니다. 실제 작품이 많기도 하고 피카소 하면 공식적으로만 7명에 이르는 여인들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작품적으로도 피카소에게 많은 영감을 준 이야기다 보니 인기도 많습니다."
강미연 : "올해는 피카소 탄생 140주년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의 학살>이라는 작품을 한국에 아주 힘들게 들여올 수 있었던 만큼, 피카소가 전하는 평화와 인류애의 메시지를 함께 느껴보면 좋을 듯합니다. 전시는 8월 29일까지이고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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