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오마이뉴스] 22.01.28 "중단된 남북공동 풍력발전사업, 바람만 불면 아쉽죠" | 작성일 | 2022-01-28 11:38 |
글쓴이 | 한반도평화경제포럼 | 조회수 | 3,7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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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여름, 남측 기술자 10여 명은 남북 공동 풍황계측 사업을 위해 열흘간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서해안 온천지구에 1기, 동해안 마식령 지구에 1기, 총 2기의 풍황계측타워를 남북 공동으로 설치하고, 풍황계측타워 3기를 설치할 수 있는 장비를 북한에 전달했습니다.
풍황계측타워에 축적된 바람데이터는 남북한이 공동으로 분석하기로 협의를 끝낸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15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2007년도에 설치된 북측 풍황계측기의 데이터 공동분석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대북제재가 해제되어 남북교류협력이 활성화된다면 당장 시급한 것이 북한의 전력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다. 그러나 북한에 석탄화력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를 짓는다면 전기를 생산하기까지 약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남북한 에너지 교류협력, 북한의 재생에너지는 향후 한반도 에너지 문제에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북한에 전력 인프라, 재생에너지 가능성 높아
지난 18일 인터뷰한 임송택 한반도평화경제포럼 에너지협력위원장은 기후변화, 환경, 재생에너지 컨설팅 회사인 에코네트워크 연구소장이자 (사)남북풍력사업단 사무국장이다. 임 위원장은 북한의 재생에너지의 가능성과 남북 에너지 교류협력의 경제적 가치를 강조했다.
"풍력 발전 및 태양광 발전의 경우 100MW 이상의 대규모 발전단지라 하더라도 약 2~3년 내에 건설이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풍력과 태양광발전은 풍부한 잠재량, 짧은 시공기간, 환경성과 분산성을 장점으로 북한 에너지 수급의 중추를 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풍력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1년 이상의 바람자원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북한 지역에 대한 풍황자원조사를 미리 실시하고 풍황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면, 본격적인 남북 평화경제 시기가 도래하여 풍력발전기를 실제로 설치하는 경우 수년이 소요되는 모니터링 및 분석 시간을 그만큼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북측 풍황계측사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실제 임 위원장은 2007년 남북공동으로 진행된 풍황계측, 즉 바람자원 조사 사업을 진행한 (사)남북풍력사업단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며 2017년 사업재개를 위해 중국 북경에서 북한과 실무회담을 가지기도 했다.
2007년, 북한 동해와 서해 각 1기씩 풍황계측기 설치
"풍황계측기는 약 60m의 타워 형태로 10m마다 계측센서가 달립니다. 이 센서에서는 주로 온도, 습도, 풍향, 풍속 등의 바람 정보를 모니터링해서 하부의 데이터로거에 저장합니다. 바람 자원은 최소 1년 이상 모니터링해야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바람의 조건(풍향, 풍속)이 지역마다 다르고 그 특성에 맞는 최적의 풍력발전기 모델을 선정해야 경제성과 안전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2007년 북측 풍황계측사업은 풍력발전기를 남북이 공동으로 설치하기 위한 기본 조사였던 셈입니다. 당시 북측 기술자들의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남측 기술자들이 먼저 실치 시범을 보이고, 북측 기술자들이 따라 배우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당시 남북 기술자들이 풍황계측기를 함께 설치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보면, 참 보기 좋습니다. 서해안 온천지구에 먼저 1호 풍황계측기를 설치하고 차로 이동하여 동해안 마식령지구에 2호기를 설치하였는데, 남측 사람들이 이렇듯 북한을 동서로 횡단한 사례는 예나 지금이나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조치였다고 합니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풍황계측기 설치 이후 해당 데이터를 남북이 공동으로 분석하고, 풍력발전 모델을 선정하여 설치할 계획이었습니다. 남측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신재생에너지센터, 북측 국가과학기술원, 삼천리총공사 등 남북한 관계부처 간에도 구체적인 실무협의가 이루어졌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해당 사업은 결국 중단되었습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복원되면서 (사)남북풍력사업단은 2007년 이후 중단된 풍황계측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중국 북경에서 북한 관계자들과 다시 회담을 가졌다.
당시 회담에서 풍황데이터 공동분석, 세포등판 풍황계측기 추가설치 등 2차 후속 사업에 대한 논의는 물론이고, 태양광 사업 등과 같은 추가적인 남북 에너지 교류협력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역시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과 코로나19로 인해 지속적인 성과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임 위원장은 전했다.
북한 재생에너지 자원 조건, 남한보다 높아
다수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풍력 자원은 남한에 비해 약 2배 가량 좋다는 평가가 있다. 태양광 발전 역시 관련 부지가 풍부한 것으로 나온다. 특히 수력에너지는 일제 강점기부터 북측 주요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되어 왔다는 점에서 북한의 재생에너지 자원 조건은 남한보다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의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만약 대북제재가 해제되고 중국, 베트남처럼 북한의 폭발적인 경제성장이 있을 경우 북한 에너지 정책의 중심에 재생에너지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즉 북한이 석탄화력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는 건너뛰고 바로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은 분산형 전원으로, 단기간에 전력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습니다. 남한은 높은 인구밀도와 주민 수용성 등을 고려하면 대규모 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하는데 여러 어려움이 많습니다. 반면 북한은 이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
남북 에너지 교류, '접경지역 공동에너지 벨트'로 상호 호혜적 관계 설정해야
과거 남북교류협력은 남한에서 북한에 더 많은 이익을 준다는 점에서 일종의 '퍼주기' 논란이 있었다. 개성공단의 경우, 남한에서 북한으로 전기를 직접 송전하는 방식으로 한 때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남한의 전기를 북한에 송전한 것은 맞지만 개성공단에 입주한 남측 기업인들이 전기를 사용하고, 전기료를 지불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북한에 직접 발전설비를 설립하는 것 보다 더 신속하고 효율적이었다.
"현재 남한 내 석탄화력발전소는 탄소중립, 친환경 정책 등으로 점차 활용 가치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명박정부 임기 말 인허가를 내준 다수의 화력발전소들이 2022년 현재에도 건설 중에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그린뉴딜과 탄소중립, 탈석탄정책이 심화되면 애써 지은 석탄화력발전소는 좌초자산이 될지 모릅니다.
반면 북한은 재생에너지 자원의 가능성은 높지만 여전히 전력 부족이 심각합니다. 남북이 전력망을 연계하여 남한의 잉여전력을 북한에 직접 송전하고, 북한의 재생에너지를 남쪽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사용한다면, 상호 호혜적인 에너지 교류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서해 해상풍력발전, 황해도 연백평야, 대북 송전시설이 갖추어진 개성공단, 철원 북쪽에 위치한 세포축산기지, 평화의 댐 상부 임남저수지, 동해 해상 풍력 등 남북 접경 지역을 따라 에너지 벨트를 만들어 남북이 공동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일종의 공동에너지 구역(Joint Energy Area, JEA)을 만들어 운영한다면 남북이 모두 환경적, 경제적 이득을 누리는 윈윈모델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교류협력, 대화와 소통에서 시작
임 위원장은 북한이 가진 경제적 측면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북한의 이러한 잠재력을 남북교류협력을 통해 서로 호혜적 관계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의 부족한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며 특히 에너지 부분은 시간과 물적 소요가 큰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과 북은 평화경제를 통해 상호 이익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익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남북관계, 북미관계, 유엔제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인도적 지원, 학술조사활동 등 지금 할 수 있는 일들부터 추진하고, 좀더 난이도가 높은 경제협력방안을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준비하는 작업들을 꾸준히 지속해 나가야 합니다. 통일은 선택사항일 수 있지만, 평화경제는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필수조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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