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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전경련 제공)/뉴스1 |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현직 장관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같은 날에 경제단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를 찾는다. 현 정부의 장관이 전경련을 찾는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지위 고하에 관계없이 현직 장관과 민주당의 발길이 동시에 전경련을 향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간 전경련은 현 정부가 지칭한 '적폐세력' 중 하나로 낙인찍히며 정부와 여당의 대화 상대나 협력 파트너에서 철저히 제외되는 이른바 '패싱(passing·배제)' 논란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최근 일본과의 '무역전쟁' 이후 양국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경련이 1980년대부터 '한일재계회의'를 앞세워 민간 경제외교 대표채널로 활동했던 것을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여당과 전경련의 관계개선의 물꼬가 트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통일부, 서울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과 공동 후원으로 오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센터에서 '한반도평화경제포럼 창립세미나'를 개최한다.
이 자리는 남북 경제교류 및 협력 확대에 따른 '신한반도 체제'에서의 평화경제 실현을 위해 출범하는 민관 거버넌스 '한반도평화경제포럼'의 출범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성격이다. 세미나의 후원을 맡은 통일부에서는 김연철 장관이 직접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김 장관이 지난 4월 이후 전경련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의 현직 장관이 전경련을 방문하는 것도 지난 4월 조명래 환경부 장관 이후 두번째다. 이밖에도 정부 측 주요 인사로 박원순 서울특별시장과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 임강택 통일연구원장 등이 세미나에 참석한다.
후원단체 대표 자격으로 허창수 전경련 회장도 원희룡 제주지사와 함께 축사를 할 예정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현직 장관과 전경련 회장이 같은 무대에 오르는 것은 처음보는 장면일 것"이라면서 "최근 남북관계, 한일 경제전쟁 등으로 대외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전경련에서도 큰 힘을 보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한반도평화경제포럼 창립세미나가 열리는 20일 오후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고위관계자들도 여의도 전경련센터를 찾는다는 사실이다. 전경련에 따르면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관계자들은 오후 2시부터 1시간반 가량 한국경제연구원과 '경제현안 논의'를 위한 간담회를 갖는다. 한경연은 전경련 산하 싱크탱크로서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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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통일부 장관/뉴스1 © News1 |
이번 간담회의 핵심 현안은 일본과의 경제갈등에 따른 대응방안과 해결책 마련 등으로 예상된다. 전경련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참석자와 논의 주제가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주요 경제현안에 대한 의견 청취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여당 핵심 관계자들이 '민주당' 고위 관계자 자격으로 전경련을 찾는 것도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전경련은 과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현 정부에서 적폐 대상으로 낙인찍힌 바 있다. 전경련은 한때 '재계 맏형'으로 불리며 경제5단체 중 하나였지만 국정농단 사태 이후 위상이 추락하며 정부 및 여당과의 스킨십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이른바 '전경련 패싱'이라고도 불린다.
허창수 회장이 지난 3월 벨기에 국왕 방한 당시 청와대에 공식 환영만찬에 초대되며 관계가 정상화되느냐는 추측도 나왔지만 다음날 청와대는 곧바로 "기업과의 관계와 소통에서 전경련의 필요성을 특별히 느끼지 못한다"고 밝혀 '패싱'이 유효함을 알리기도 했다.
최근 일본과의 '경제전쟁' 중에도 정부의 전경련 무시하기는 이어지고 있다. 전경련은 1982년 일본의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게이단렌)와 함께 '한일재계회의'를 개최하며 국내의 대표적인 '일본통'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 7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경제인들을 초청했을 때도 전경련은 제외됐다.
현 정부 장관과 민주당이 동시에 전경련을 방문하는 것을 두고 재계 일각에선 '전경련 패싱' 기조가 완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만큼 청와대·여당과 전경련 간의 관계 회복의 기회가 많지 않았던 가운데, 전경련이 쌓아온 '대일 네트워크'가 일본과의 경제전쟁에서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나 경제부총리 등 전경련과의 실제 '협력 파트너'들과 민주당 대표, 원내대표 등 최고위급은 전경련을 직접 찾지 않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월 전경련을 배제하고 경제단체장 간담회를 개최했을 당시 "제가 특별히 배제하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이러한 모임의 추세에 따라 해왔던 것"이라며 "나중에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전경련도 방문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7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제단체 중에서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 전경련 등도 만나려 한다"고 했으나 아직까지 이 원내대표의 전경련 방문 계획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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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지난 7월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7.1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